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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의미 영역 본문
감정의 의미 영역은 인지동사나 감각동사처럼 그 영역이 일목 요연하게 나타나지 않 는다. 따라서 필자가 제시한 감정의 의미 영역이 절대적인 분류가 될 수 없다. - 105 - 유쾌하다, 신명나다, 신바람나다, 흥분하다, 도취되다’의 어휘가 있고, ‘감동’의 영역 에는 ‘감동하다, 감동스럽다, 감개무량하다, 뭉클하다, 벅차다, 찡하다, 감격하다, 감 격스럽다, 감탄하다, 감탄스럽다, 경탄하다, 경탄스럽다’ 등의 어휘가 있는데, 이 어 휘는 크게 보면 모두 ‘기쁨’의 감정을 공유하지만, ‘감동’에 제시된 어휘는 ‘기쁨’에 제시된 어휘보다는 ‘감동’이라는 점에서 더 확연하게 묶을 수 있으므로 서로 다른 영역으로 세분하는 방법을 취한다는 것이다.118)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세분해 보면, 국어 감정동사의 의미 영역은, ‘기쁨, 감동, 통 쾌함, 호감, 반가움, 신뢰감, 만족감, 자랑스러움, 자신감, 안정감, 감사, 바람, 공감, 불만, 슬픔, 억울함, 동정, 화, 원망, 답답함, 외로움, 난처함, 걱정, 초조함, 미안함, 후회, 수치심, 실망, 허망, 아쉬움, 냉담, 그리움, 불쾌, 반감․거부감, 치사함, 불편 함․귀찮음, 바람․욕심, 시기, 서먹함, 심심함, 싫증, 갈등, 위축감, 불신감, 두려움, 놀람, 궁금함’으로 나타난다.119) 그렇다면 이제 위의 의미 영역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할 ‘기준’을 마련해보아야 할 것이다. 감정동사의 의미 영역의 분류 기준은 인간의 기본 감정에 관한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동양 권에서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니 칠정(七 情)이니 하는 식으로 일종의 대표격의 감정을 설정하고 있고, 서양 권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4~8가지 정도의 기본 감정을 설정하고 있다. 기본 감정의 규정은 문화권과 학자에 따라 다른데 그 대표적인 유형을 들면 다 음과 같다. 먼저, 동양에서는 기본 감정을 (30)과 같이 4가지에서 7가지로 본다. (30) ㄱ. 喜, 怒, 哀, 樂 (中庸) 118) 이런 점에서 만족의 의미 영역에 해당하는 모든 의미 영역은 크게는 ‘기쁨’으로 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쁨’ 자체를 표현하는 어휘와, 기쁨의 의미가 내포되어 다른 감 정 의미를 지니고 있는 어휘는 분명 그 의미 영역을 달리하여 구분이 가능하므로 다 른 의미 영역으로 분류한 것이다. 119) 감정의 의미 영역이 이처럼 세분화되어 나온 것은 감정의 의미 자체가 미묘하고 복 잡한 것이어서 그것을 유형화시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국어 감정동사 의 의미 영역에 관해서 전체적인 분류가 시도된 연구는 없는데, 다만 김응모(2002)에 서는 정서자동사의 의미 영역으로 ‘성격, 안심, 만족, 흥분, 초조, 탄식, 감각, 즐거움, 불쾌함, 슬픔, 괴로움, 놀람, 두려움, 분노, 부끄러움, 반성, 사랑, 정감, 정성, 감화, 감 동, 호감’을 설정하여 각 영역에 해당하는 어휘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 106 - ㄴ. 喜, 怒, 哀, 懼, 愛, 惡, 慾 (孔子)120) ㄷ. 喜, 怒, 憂 悲, 好, 憎, 慾 (老子) ㄹ. 好, 惡, 喜, 怒, 哀, 樂 (筍子) 한편, 서양에서는 기본 감정을 (31)에서와 같이 나누고 있다(Ungerer & Schmid 1996 : 138).121) (31) ㄱ. sadness, joy, desire, love, admiration (Descarets) ㄴ. fear, grief, love, rage (William James) ㄷ. fear, anger joy, sadness, acceptance, disgust, expectancy, surprise (Plutchik) ㄹ. happiness, sadness, anger, fear, desire, disgust (Johnson-Laird & Oatley) 그런데 동양의 칠정(七情)과 서양의 기본 감정은 다소 다른 개념이다. 동양의 칠 정(七情)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의 대표격을 설정하여 분류한 것이고, 서양 의 기본 감정은 선천적인 감정으로서, 인간의 모든 감정들을 이 기본 감정들이 혼 합되어서 다양한 감정이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보면, 본고에서 의미 영역 분류 시 취해야 할 기준은, 모든 감정들을 대표하여 분류한 동양의 칠정(七情)이 합당하다. 그런데 칠정(七情)은, 한국 철학의 정초(定礎) 과정에서 하나의 커다란 자취를 남기는 사단칠정논변(四端七情論辯)의 대상으로서, 사단(四端)과 따로 떼어서 생각 할 수 없다.122) 사단(四端)은 원래 맹자(孟子)가 성선설(性善說)의 근거로 제시한 120) 칠정(七情)을 이야기할 때 흔히 ‘喜, 怒, 哀, 樂, 愛, 惡, 慾’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정 확한 표현은 ‘喜, 怒, 哀, 懼, 愛, 惡, 慾 쭘禮記 禮運쭙’이다. 121) 임지룡(1999) 재인용. 이외에도 Izard(1984)에서는 ‘interest, joy, surprise, distress, anger, fear, shame, disgust, contempt, guilt’를, Ekman(1992)에서는 ‘fear, anger, surprise, disgust, sadness, happiness’를 기본 정서로 본다. 122) 사단칠정논변(四端七情論辯)은 16세기 후반에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 간에 전개된 논변으로 인간의 감정인 仁義禮智와 喜怒哀樂이 어떤 조건에 - 107 - 인간 심리 현상 중의 일부를 말하는 것으로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 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을 각각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의 단서로 설명한데서 비롯된 것이다.123) 따라서 본고에서는 사단칠정(四端七情)을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로 보고, 이를 기준으로 하여 감정동사의 의미 영역을 분류 하고자 한다. 그런데 사단 중 시비지심(是非之心)의 경우는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정 서로 이(理)가 작용하는 정서이다.124) 또한 사양지심(辭讓之心)의 경우도 ‘겸손함’ 을 갖는 마음으로서 이 또한 정신적인 수양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이(理)가 작용하는 정서이다. 감정동사는 ‘비의도적’인 특성이 있어서, 이(理)가 작용하는 정 서와는 별개이다. 그래서 사단 중 시비지심(是非之心)과 사양지심(辭讓之心)의 감 정은 감정동사의 의미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측은지심(惻隱之心)이나 수오 지심(羞惡之心)은 ‘불쌍하다, 가엽다’나 ‘부끄럽다’와 같은 감정동사의 의미 영역에 해당한다. 결국 본고에서는 한국의 전통적 정서인 사단칠정(四端七情)을 기준으로 하여 감 정동사의 의미 영역을 분류하되, 사단(四端) 중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 之心), 그리고 (30)의 공자와 노자의 칠정(七情) 중 공자의 칠정인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을 그 기준으로 하고자 한다.125) 그런데 ‘희 서 도덕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다(김기현, 2000 : 1). 이황은, 사단이란 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이란 氣에서 나오는 마음이라 하였으며,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 를 함께 지니고 있지만, 마음의 작용은 이의 발동으로 생기는 것과 기의 발동으로 생 기는 것 두 가지로 구분하였다. 즉 선과 악이 섞이지 않은 마음의 작용인 사단은 이 의 발동에 속하는 것으로, 이것은 人性에 있어 본연의 性과 氣質의 성(性)이 다른 것 과 같다고 하여 이른바 理氣二元論을 주장하였다. 이황의 이러한 학설은 그 후 학계 에 큰 파문을 일으켜 200여년 간에 걸쳐 유명한 四七辯論을 일으킨 서막이 되었다. 즉 奇大升은 이황에게 질문서를 보내어, 이와 기는 관념적으로는 구분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마음의 작용에서는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 理氣共發說을 내세웠으며, 이를 다시 李珥가 뒷받침하여 理氣二元論的 一元論을 말하여 이황의 嶺南學派와 이이의 畿 湖學派가 대립, 부단한 논쟁이 계속되었다(두산동아대백과사전). 123) 이황은 사단이란 이(理)에서 나오는 마음이고 칠정이란 기(氣)에서 나오는 마음이라 하였으며, 이이는 사단과 칠정은 모두 기가 발한 것에 이가 타고 있는 것이라 하였다 (김기현, 2000 : 5). 124) 시비지심(是非之心)의 정서는 ‘옳다, 그르다’와 같은 인지동사의 영역에 해당한다. - 108 - (喜), 노(怒), 애(哀), 구(懼), 애(愛), 오(惡), 욕(慾)’의 감정은 각각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좋아함126), 싫어함, 바람’의 감정이고,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 (羞惡之心)은 ‘동정’, ‘수치심’의 감정이다. 그래서 본 절에서 취할 감정동사의 대표 적 의미 영역은 ‘동정, 수치심,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좋아함, 싫어함, 바람’으 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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