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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중심 감정동사와 일반적인 통사 특성 본문
감정동사는 이처럼 감정이 반응하는 어떤 ‘대상’에 초점이 놓인 부류가 있는데, 이러한 부류에 해당하는 동사를 ‘대상 중심 감정동사’라 한다. 대상 중심 감정동사 에 해당하는 어휘를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17) 대상 중심 감정동사 가소롭다, 가엾다, 가증스럽다, 걱정스럽다, 걱정하다, 고맙다, 귀엽다, 그립 다, 꺼리다, 무섭다, 미안하다, 밉다, 바라다, 부럽다, 불쌍하다, 사랑하다, 싫 어하다, 싫증나다, 예쁘다, 원망하다, 자랑스럽다, 증오하다, 질투하다, 혐오하 다 …… 그러면 대상 중심 감정동사의 문장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18) ㄱ. 청년은 자기에게 온정을 베풀어준 아주머니가 고마웠다.. ㄴ. 나는 나약한 자식에게 큰 희망을 걸고 있는 어머님이 가여웠다. ㄷ. 노인은 뱃가죽에 기운이 없어서 떠들기가 귀찮았다. (19) ㄱ. 비오는 날에는 모두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ㄴ. 한 특수부 검사는 기자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ㄷ. 나는 그 편지를 쓴 사람을 사랑했다. 47) 물론 이 때의 ‘대상’들은 감정을 발생시킨 자극 요소로서 ‘원인’의 의미 기능을 전적으 로 배제할 수는 없다. (1) ㄱ. 나는 너를 만나서, 반갑다. ㄴ. 나는 너를 만나서, 네가 반갑다. ㄷ. *나는 ø 반갑다 위의 (1 ㄱ)과 같은 경우는 ‘대상’이 생략되어 나타나 있고, 또한 원인 부사절이 드러나 있어서 ‘나는 너를 만났기 때문에 반갑다.’라는 원인 중심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러나, (1 ㄱ)은 (1 ㄴ)의 문장에서 ‘너’라는 ‘대상’이 화용론적으로 생략되어 있을 뿐, (1 ㄷ)에서 보듯 ‘반갑다’라는 동사는 대상이 문장의 필수 성분이다. ‘원인 중심 감정동사’ 와 비교해 볼 때, 대상 중심 감정동사는 분명히 ‘원인’보다는 ‘대상’에 대한 반응으로서 의 기능에 더 초점이 있고, 이 때의 ‘대상’은 문장의 필수 성분이다. 따라서 이런 부류 를 ‘원인 중심 감정동사’와 구분하여 ‘대상 중심 감정동사’로 명명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 38 - 예문 (18)과 (19)를 보면 대상 중심 감정동사는 ‘NP1은 NP2가 V’나 ‘NP1은 NP2를 V’의 구조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 때의 ‘NP2’는 원인 중심 감정동사 의 ‘NP2’와 달리 문장의 필수 성분이다. (18)′ ㄱ. *청년은 ø 고마웠다. ㄴ. *나는 ø 가여웠다. ㄷ. *노인은 ø 귀찮았다. (19)′ㄱ. *비 오는 날에는 모두가 ø 싫어한다. ㄴ. *한 특수부 검사는 ø 꺼렸다. ㄷ. *나는 ø 사랑했다. 예문 (18)′와 (19)′는 예문 (13)′와 (14)′와는 달리 대상 중심 감정동사의 ‘NP2’가 필수적임을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외롭다, 나는 심란했다’는 가능한 문장이지만, ‘청년은 고마웠다, 나는 가여웠다’는 ‘고마운’, ‘가여운’ ‘대상’이 반드시 나타나야 하 는 문장으로 대상이 생략되면 비문이 된다. 대상 중심 감정동사는 감정의 반응이 대상에 대하여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이 필수 성분임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 다. 위와 같이 감정동사는 의미의 초점이 감정 발생 원인에 있는지 감정의 반응 대 상에 있는지에 따라 양분할 수 있다. 원인 중심 감정동사는 ‘NP1은 (ADVP/NP2가) V’의 구조를 갖는 동사로 ADVP나 NP2의 실현은 수의적이며, 이들은 감정이 발생 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상 중심 감정동사는 ‘NP1은 NP2가 V’ 나 ‘NP1은 NP2를 V’의 구조를 갖는 동사로 NP2의 실현은 필수적이다. NP2의 의미 기능은, 감정의 반응 대상의 기능을 하여, 발생한 감정은 NP2에 작용한다.48) 48) 감정동사 중에는 원인 중심 감정동사로 쓰이는 것과, 대중 중심 감정동사로 쓰이는 것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1) ㄱ. 나는 친구 은경이의 집이 편안해요 ㄴ.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니, 편안해요 위의 예문은 ‘편안하다’가 각각 대상 중심과, 원인 중심 두 가지 기능으로 쓰이고 있 는 예이다. (1 ㄱ)은 대상 중심 감정동사로 쓰인 예이고, (1 ㄴ)은 원인 중심 감정동 - 39 - 사로 쓰인 예이다. 이처럼 동사에 따라서 두 가지 기능을 가지는 동사도 있지만, 이 들도 그 쓰임에 따라 원인 중심인지 대상 중심인지 분명히 구별되고, 이에 따라 통사 의미적 특성이 달리 나타나므로, 감정동사를 그 의미 기능에 따라 원인 중심과 대상 중심으로 구별한다. - 40 - 3. 감정동사의 통사적 특성 감정동사는 주어가 경험주로 실현되고, 경험주의 인칭에 제약이 있으며, 주격 중 출을 이룬다는 점에서, 다른 동사 부류와는 상이한 통사적 특성을 보인다. 심리동 사에 관한 선행 연구들에서 심리동사의 통사 특성으로 가장 많은 논의를 이루는 것은 구문 간의 변형 관계에 관한 것과, 주어 제약에 관한 것, 주격 중출에 관한 것이다.49) 심리동사의 이와 같은 통사 특성은 감정동사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 나는데, 본 장에서 다룰 ‘주어 제약’과 ‘주격 중출’ 문제는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특히 ‘주격 중출’의 문제는 두 주격 중 어느 것을 주어로 처리하느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고찰키로 한다. 그리고 선행연구에서는 논의된 바 없는 부사어와의 호응 관계와 서법 제약 양상 을 살펴서, 감정동사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 특성을 알아보고, 아울러 감정동사의 문장 구성 양상을 고찰하기로 한다. 감정동사 부류가 일반적으로 가지는 통사적 특성 외에, 부사어와의 호응 관계를 살피는 이유는, 둘 사이의 결합관계를 살펴봄 으로써 동사가 가지고 있는 통사적 특성뿐 아니라 내재적인 의미 요소를 살필 수 49) 감정동사 구문은 구문 간에 일정한 관계가 성립되는 점에 주목하여, 변형론적 관점에 서 많이 다루어져 왔으나, 본고에서는 구문 간에 변형 관계를 설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본다. (1) ㄱ. 나는 호랑이가 무섭다 ㄴ. 나는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2) ㄱ. 나는 호랑이가 무섭다 ㄴ. 나에게는 호랑이가 무섭다 논자들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1)과 (2)의 문장들이 서로 표면구조와 기저구조 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1 ㄱ)은 ‘상태’를 기술한 것이고, (1 ㄴ)은 ‘행동’ 을 기술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의 동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자세한 논의는 본고 3.2 참조). 또한 감정동사 구문이 주격 구문과 여격 구문사이에 일정한 변형 관계를 상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감정동사의 일반적인 통사 특성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이런 현상은 타 동사 구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본고 3.4.2 참조). 그리고 원인 중심 감정동사의 경우 경험주 주격 구문을 여격 구문으로 전환했을 때, 대상이 가지는 의미 기능은 원인 중심에서 대상 중심으로 바뀌게 되어(본고 3.4.2 참조), 두 문장 간에 의미 의 동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근거로, 본고에서는 감정동사 경험주 주격 구 문과 여격 구문 간에 변형 관계가 없다고 본다. - 41 - 있기 때문이다. 또 ‘서법 제약 양상’을 고찰하는 이유는, 감정동사가 화자의 내면적 심리 상태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서법의 실현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3.1. 주어 제약 3.1.1. 의미역 제약 감정동사는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서술 논항의 의미역이 경험주로 나타난다.50) (1) ㄱ. 그 생물들은 이쪽 저쪽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달렸다. ㄴ. 지수는 팔이 부러져서 오늘 학교에 오지 않았다. ㄷ. 석유 시추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ㄹ. 반만 남아 흙에 덮인 기둥이 꽤 단단하였다. 예문 (1)의 ‘달리다, 부러지다, 오다, 높다, 단단하다’는 주체의 주관적인 감정 표현 과는 무관한 동사들이다. (1 ㄱ)의 ‘달리다’의 주체는 ‘그 생물들’인데, 이 때의 ‘생 물들’은 [+동작성]의 의미를 갖는 ‘행동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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