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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나 믿음 그리고 인지적 해석 본문
(8 ㄷ)의 ‘애잔한 마음’은 그가 형편없이 마른 것을 보고서, 즉 지각하고서, 그가 그 동안 고생했으리라는 등의 판 단이나 믿음이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다.35) 또 ‘원하다’라는 단어는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데, 이 러한 욕구를 표현한 감정동사도,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나 ‘믿음’이 (2) 자극 → 인지적 해석 → 감정 Schachter-Singer는 (1)과 같이 외부 자극에 의해 유발된 ‘생리적 각성’ 상태를 한 개인이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강도와 질이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다. 또 Lazrus는 Schachter-Singer 이론 가운데 생리적 각성의 측면을 경시하고 자극에 대한 인지적 해석을 중심으로 감정이 결정된다고 주장하였는데, 그 과정은 (2)와 같다. 위의 (1)이나 (2)의 견해 모두 생리적 각성의 유무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어떤 자극 상황에 대해 감정의 주체가 인지적으로 어떻게 해석하 느냐에 따라 감정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견해는 같다. 35) 이 때의 믿음은 반드시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이 위험한 인물 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위험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 않거나 위험한 인물로 믿고 있지 않 으면, 그 인물이 두려움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감정은 세계에 대한 어떤 사람 의 ‘주관적 믿음’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 30 - 작용할 때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9) ㄱ. 나는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 ㄴ. 나는 편안한 안식처를 원한다. 예문 (9 ㄱ)의 남북한 동포의 화해와 통일을 원하는 ‘나’는 통일과 화해가 국익 등 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거나’ ‘믿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또 (9 ㄴ)의 ‘나’가 편안한 안식처를 원하는 것은 편안한 안식처가 내게 긍정적으 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거나’ ‘믿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이처럼 욕구 와 관련된 감정은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아무런 판단이나 믿음도 없이는 나 타날 수는 없고, 믿음이나 판단이 전제되어 나타난다. 위와 같이 감정동사는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지각’이나 판단이나 믿음과 같은 ‘인지’의 요소를 전제로 하여 발생하는데, 이들은 또한 ‘경험’과도 관련이 있 다.36) (7)′ㄱ. 생색은 자네가 내고 있으니, (*자네를 본 적도 없이, 자네를 지켜본 바에 의하면) 가히 가소롭다. ㄴ. 나는 놀기만 하면서 시험에 붙기를 바라는 (*너를 본 적도 없이, 너를 지켜본 바에 의하면) 네가 가소롭다. (8)′ㄱ. 나는 (*그 사람을 경험해 본 일도 없이, 그 사람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 사람이 귀신보다 무섭다 ㄴ. 나는 (*지수를 본 일 도 없이, 지수를 지켜본 바에 의하면) 지수 가 항상 고맙다. (9)′ㄱ. 나는 (*남북 분단의 현실을 경험해 본 적도 없이, 남북 분단의 현실을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남북한 동포의 진정한 화해와 통일을 원한다. 36) 김흥수(1989 : 119~124)에서는 ‘평가․판단’과 ‘경험’의 의미를 구별하여 기술하고 있 다. 평가는 양태적 측면에서 판단으로 볼 수 있는 것이고, 이 판단은 경험적 판단이 라는 점에서 서로 밀접하지만, 평가가 화행 면에서 단언으로 실현되어야 하나, 정서 에 의존하는 심리적 평가는 ‘단언’으로 실현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 31 - ㄴ. 나는 (*불편한 생활을 해 본적도 없이, 불편한 생활을 해본 바에 의하 면) 편안한 안식처를 원한다.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가소롭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나 사태에 대 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 (7)′에서 보면 감정 주체는 ‘자네’나 ‘너’라는 대 상을 본 적도 없이, 즉 ‘자네’나, ‘너’를 경험하지 않고서,37) ‘가소롭다’고 말할 수 없다. (8)′에서도 감정 주체가 ‘그 사람’이나 ‘지수’에 대한 감정 표현을 하려면 이 들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함을 보이고 있고, (9)′에서도 마찬가지로 뭔가를 원하려 면, 원하는 대상이나 사태에 대해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감정을 표현한 감정동사는, 감정 주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 서, 감정동사 구문의 주어는 항상 ‘경험주’로 실현된다.38) 따라서 감정동사란, “나도 모르게 저절로 ~한 마음이 {생기다/들다}”와 “마음 {이/에}~한 상태”의 검증 틀에 모두 적합한 어휘로, 구문의 주어는 항상 ‘경험주’ 로 실현되며, 어떤 대상이나 사태에 대한 ‘지각’이나, 판단이나 믿음과 같은 ‘인지’ 의 요소를 전제로 하는 동사이다. 그리고 제시한 감정동사 검증 틀을 통해 국어 감정동사 어휘를 제시하면 〔부록 - 국어 감정동사 어휘 목록〕과 같다.39) 37) 홍대식(1993 : 478)에서는 William James(1884)의 논문에 “‘지각’ 자체가 바로 어떤 주관적 경험”이라고 제안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38) 감정동사 구문의 주어가 ‘경험주’임에 대해서는 김흥수(1989), 유현경(1998), 우형식 (1996), 임은하(1997), 한송화(2000) 등에서 언급되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본 고 3.1에서 이루어진다. 39) 부록에 제시한 감정동사는 우선 선행 연구들 중 심리동사를 다루고 있는 논저들에서, 본고의 감정동사 검증 틀에 부합하는 어휘를 선별하였다. 특히 박인조(2001)과 안신호 (1993)에서 제시한 어휘를 대상으로 하고, 김응모(2002)와 김광해(2000)을 통해 어휘 수 를 확대해 가는 방법을 취하였다. 안신호(1993)은 국어사전을 철저히 점검하여 감정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띄고 있는 어휘 3,582개를 선택하였다. 3,582개중 다시 Bush(1972)의 감정 적절성 조사 방법을 택해 1,340개 단어를 간추려 내고, 1,340개의 단어를 대학생 669명의 설문을 통해서 피험자의 85% 이상이 감정 상태라고 평가하는 단어 224개를 선택한 것이다. 박인조(2001)은 일단 한국어 사전에서 감정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어 휘 5,275개의 어휘를 선정하여, 설문을 통해 여러 차례 걸러내서 434개의 감정 어휘를 제시한 것이다. 부록에 제시된 감정동사 어휘는, 224개의 어휘와 434개의 어휘 중, 본고 에서 제시한 검증 틀에 적합한 동사를 모두 취하였다. 그렇게 제시된 어휘를 대상으로 김광해(2000)의 유의어 사전을 통해 그 어휘 수를 확대했으며 김응모(2002)의 정서 자 - 32 - 2.2. 감정동사의 분류 감정동사를 분류하는 방법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 다. 크게는 ‘통사적인 특성’을 기준으로 하느냐 ‘의미적인 특성’를 기준으로 하느냐 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통사적 특성을 기준으로 하면, 감정형용사와 감정동사로 분류가 가능하다. 또 의미적 특성을 기준으로 하여 분류하는 방법에는 감정동사가 가지고 있는 의미 기능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와, 개별적인 어휘의 의미 영역을 기 준을 분류하는 방법이 있다.40) 본 절에서는 위의 통사적 기준이나 개별 어휘 의미 영역 외에, ‘의미 기능’에 기 준을 두고 감정동사를 분류하고자 한다. 감정동사는 의미 기능에 따라 통사적, 의 미적 특성이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41) 감정동사는 어휘 의미의 기능이 감정 발생의 원인에 초점이 있는가, 혹은 감정 주체의 감정 발산 대상에 초점이 있는가에 따라서, 원인 중심 감정동사와 대상 중 심 감정동사로 분류할 수 있다.42) 동사 낱말밭도 참조했으나,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어휘는 제외하여 그 부록을 마련하였다. 40) 개별적 어휘 의미에 의한 분류는 본고 4.2 참조. 41) 감정동사는 의미 기능이 원인 중심인가 대상 중심인가에 따라, 문장의 구성을 달리하 고, 또한 부사어나 보조동사와의 호응 관계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또 의미 측면에서 도 원인 중심인가 대상 중심인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자세한 논의는 본고 3장과 4장 참조. 42) 본 절의 원인 중심 감정동사와 대상 중심 감정동사는 유현경(1998)의 원인 심리형용 사와 대상 심리형용사의 분류 기준을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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